채권압류 및 추심명령 결정문과 함께 추심금 청구 소장을 받으면 대부분 당황한 나머지 곧바로 채무 인정 여부부터 따지게 됩니다.
그런데 실무에서 되풀이해 확인되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추심금 소송의 승패는 실제 채무가 있는지보다 압류명령서에 적힌 “압류할 채권의 표시” 문언이 원고가 청구하는 채권과 정확히 일치하는지에서 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채무 유무를 다투기 전에 이 소송이 애초에 성립할 구조인지부터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핵심 정리
- 추심금 소송의 방어는 채무 유무보다 압류명령 문언의 특정성에서 출발한다
- “등 일체의 청구채권” 같은 포괄 문구는 그 자체로 피압류채권을 특정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 문언이 불명확할 때의 불이익은 원칙적으로 압류를 신청한 채권자가 부담한다
추심금 소송이란? 제3채무자에게 소송이 오는 구조
추심금 소송은 원래의 채권자가 아니라 법원에서 추심명령을 받은 “추심채권자”가 채무자를 대신해 제3채무자에게 직접 돈을 청구하는 소송입니다.
채권압류·추심명령과 추심금 청구소송의 관계
채무자가 제3채무자(임차인, 매수인, 정산의무자 등)에게 받을 채권이 있으면 채무자의 채권자는 법원에서 그 채권을 압류하고 추심명령을 받아 제3채무자에게 직접 지급을 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원래 계약 관계가 전혀 없던 제3자에게서 소장을 받는 일이 생깁니다. “내가 왜 이 사람에게 돈을 줘야 하나” 하는 의문이 먼저 드는 것도 당연합니다.
채권자가 반드시 압류·추심명령을 거치는 것은 아닙니다. 채무자의 재산 상황에 따라 지급명령으로 채권을 추심하는 방법을 함께 검토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연대보증인을 세워 집행 대상을 두 곳으로 늘린 물품대금 회수 사례
추심금 소장을 받았다면 가장 먼저 확인할 3가지

소장을 받았다고 채무 이행 여부만 검토해서는 안 됩니다. 사건 종류를 막론하고 소장을 받았을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사항에는 공통된 순서가 있는데, 추심금 소송에서는 다음 세 가지를 차례로 짚어봐야 합니다.
- 압류명령서의 ‘압류할 채권의 표시’ 문언 — 원고가 실제로 청구하는 채권과 같은 채권을 가리키는지 대조
- 실제 채무 존재 여부와 상계·공제 사유 — 채무가 남아 있는지, 이미 지급했거나 공제할 사유가 있는지 확인
- 원고(추심채권자)의 당사자적격(추심권능) 여부 — 압류·추심명령 자체가 유효한지 확인
압류명령서의 ‘압류할 채권의 표시’ 문언
압류·추심명령 결정문에는 반드시 “압류할 채권의 표시”라는 항목이 있습니다. 이 문언이 원고가 실제로 청구하는 채권과 같은 채권을 가리키는지부터 대조합니다. 대조 작업은 생각보다 까다롭습니다. 선행소송 판결문과 계약서, 등기 내용까지 함께 놓고 문언 하나하나의 급부 내용과 발생 시기, 성격을 따져봐야 정확한 판단이 나옵니다.
실제 채무 존재 여부와 상계·공제 사유
압류명령의 대상이 맞더라도 실제로 그만큼의 채무가 남아 있는지, 이미 지급했거나 상계·공제할 사유가 있는지는 별개로 확인할 문제입니다.
원고(추심채권자)의 당사자적격(추심권능) 여부
압류명령이 제대로 특정되지 않았거나 송달 절차에 문제가 있으면 추심명령 자체가 효력을 잃습니다. 그러면 원고에게는 애초에 소송을 제기할 자격, 즉 당사자적격이 없을 수 있습니다.
제3채무자 중에는 “일단 채무는 있다고 인정하고 상계만 주장하면 되겠지” 하고 생각하는 분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정작 더 강한 방어 수단은 상계가 아니라 당사자적격 자체를 다투는 쪽인 경우가 많습니다. 상계 주장은 채무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지만, 당사자적격을 다투면 본안 판단까지 가지 않고 소송이 끝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피압류채권이 특정되지 않으면 추심명령 자체가 무효가 될 수 있다
대법원은 “압류할 채권의 표시”를 문언 자체의 내용에 따라 객관적으로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고, 그 의미가 불명확하면 그로 인한 불이익은 압류를 신청한 채권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 왔습니다(대법원 2011. 2. 10. 선고 2008다9952 판결, 대법원 2013. 12. 26. 선고 2013다26296 판결, 대법원 2023. 3. 30. 선고 2022다297335 판결 등).
“등 일체의 청구채권” 같은 포괄적 문구의 법적 효력
실무에서는 압류명령서에 특정 채권을 나열한 뒤 “등 일체의 청구채권”이라는 포괄적 문구를 덧붙이곤 합니다. 이런 문구는 그 자체로 지나치게 추상적입니다. 제3채무자가 통상의 주의력으로 읽었을 때 포함 여부가 의심스러운 채권까지 당연히 들어간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특정되지 않은 압류·추심명령이 낳는 결과 — 당사자적격 상실
채권의 추심명령은 유효한 압류명령이 있음을 전제로 합니다. 압류할 채권이 특정되지 않아 압류의 효력이 생기지 않으면 그에 따른 추심명령도 효력이 없습니다(대법원 2012. 11. 15. 선고 2011다38394 판결 참조). 이때 원고에게는 애초에 추심의 소를 제기할 권능이 없으므로 소 자체가 당사자적격 흠결로 각하됩니다(대법원 2016. 11. 10. 선고 2014다54366 판결, 대법원 2008. 8. 21. 선고 2008다32310 판결 참조).
압류명령 신청 자체의 효력이나 소멸시효와의 관계까지 함께 살펴보고 싶다면 피압류채권이 부존재할 때의 처리 기준도 참고할 만합니다.
[실제 사례] 서울고등법원 2026나***** 추심금 항소심 — 피압류채권 불특정으로 소 각하

법리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제이씨엘파트너스 이상덕 대표변호사가 대리한 항소심 사례로 짚어보겠습니다.
사건 개요와 쟁점
원고는 채무자가 보유한 것으로 주장되는 임대수익 관련 채권(부당이득반환채권)을 대상으로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았다며 제3채무자인 피고를 상대로 수억 원대의 추심금을 청구했습니다. 1심은 이 가운데 약 1억 9천만 원 상당을 인용했습니다.
그러나 압류명령서에 실제로 특정되어 있던 채권은 “부동산 인도의무 이행 시 지급받을 지분매수대금 채권” 등이었습니다. 원고가 항소심에서 구하던 임대수익 관련 채권은 급부 내용과 발생 원인, 시기가 이와 전혀 다른 별개의 채권이었습니다.
법원의 판단 요지
원고는 임대수익 관련 채권이 압류명령서의 “등 일체의 청구채권” 문구에 포함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서울고등법원은 그 문구가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추상적이어서 그것만으로 피압류채권이 특정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제3채무자가 집행법원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여러 채권채무 관계를 폭넓게 언급한 사정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그 사정만으로 제3채무자가 임대수익 채권을 압류 대상으로 구체적으로 인지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오히려 예비적·방어적 차원에서 관련될 수 있는 채권채무 관계 전반을 포괄적으로 진술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원고에게 추심권능이 없다고 보아 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소를 각하했습니다. 소송비용도 원고가 모두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 구분 | 1심 | 항소심 |
|---|---|---|
| 결과 | 원고 청구 일부 인용(약 1억 9천만 원) | 1심판결 취소, 원고의 소 각하 |
| 핵심 쟁점 | 임대수익 채권의 금액 산정 | 임대수익 채권이 압류명령상 피압류채권에 해당하는지 |
| 소송비용 | – | 원고 전부 부담 |
이 판결이 제3채무자에게 주는 시사점
1심에서 일부 패소했더라도 항소심에서 압류명령 문언 자체를 다시 정밀하게 다투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1심의 일부 인용 판결이 항소심에서 소 각하로 뒤집혔습니다.
집행법원에 진술서를 제출할 때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예비적·방어적 취지로 여러 채권채무 관계를 폭넓게 진술했더라도 그 자체가 특정 채권을 압류 대상으로 인지했다는 증거로 곧바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진술서를 쓰는 단계부터 이런 해석의 여지를 염두에 두는 편이 좋습니다.
제3채무자가 쓸 수 있는 방어 전략 — 주위적·예비적 구성
소송물 금액이 크고 문언 해석이 쟁점인 사안일수록 방어 주장은 주위적 방어와 예비적 방어로 층을 나눠 순서대로 세우는 것이 유리합니다.
| 구분 | 주위적 방어 | 예비적 방어 |
|---|---|---|
| 주장 내용 | 피압류채권 특정성·당사자적격 다툼 | 상계·공제 주장(대여금, 구상금, 비용 등) |
| 성립 시 결과 | 본안 판단 없이 소 각하 | 청구금액 감액 |
| 전제 | 채무 존재 여부와 무관 | 채무가 있음을 전제 |
주위적 방어: 피압류채권 특정성·당사자적격 다툼
압류명령서의 문언이 실제 청구채권을 특정하고 있는지, 원고에게 애초에 추심권능이 있는지를 가장 먼저 다툽니다. 이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본안 판단 없이 소가 각하될 수 있습니다.
예비적 방어: 상계·공제 주장
주위적 방어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실제 채무 금액에서 공제하거나 상계할 수 있는 항목(대여금, 구상금, 비용 등)도 함께 갖춰 두어야 합니다. 이미 다른 소송에서 승소한 상계 판결을 가지고 있다면 그 판결로 강제집행 자체를 막을 수 있는지도 함께 검토해볼 수 있습니다.

제3채무자도 변호사 선임이 필요한가?
소송물 금액이 크거나 압류명령 문언 해석이 쟁점이 되는 사안이라면 소장을 받은 즉시 변호사와 함께 압류명령 원문부터 검토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압류할 채권의 표시를 해석하는 기준은 대법원 판례가 쌓여 있는 전문 영역입니다. 답변서 제출 기한과 항소 기한도 정해져 있어(판결 정본을 송달받은 날로부터 2주 이내) 초기 대응 시점을 놓치면 방어 논리를 세울 시간 자체가 모자랍니다. 실제로 혼자 대응하다 실패한 뒤 뒤늦게 변호사를 선임한 사례에서 보듯, 초기 대응 시점을 놓치면 되돌리기가 훨씬 어려워집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추심명령 송달 후 집행법원에 제출한 진술서에 채무가 있다고 회신하면 불리한가?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진술서에서 여러 채권채무 관계를 폭넓게 언급했다는 사정만으로 특정 채권을 압류 대상으로 인지하고 있었다고 단정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진술 내용은 꼼꼼히 검토한 뒤 제출해야 합니다.
Q. 1심에서 패소해도 항소심에서 결과가 뒤집힐 수 있는가? 가능합니다. 1심에서 충분히 다투지 않았던 압류명령 문언의 특정성 문제를 항소심에서 정밀하게 다시 제기해 결과가 뒤바뀐 사례가 있습니다.
Q. 압류명령서 문구가 애매하면 무조건 유리한가? 그렇지 않습니다. 문언이 불명확한 경우 그 불이익은 원칙적으로 압류를 신청한 채권자가 부담하지만,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다른 증거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어 사안별 검토가 필요합니다.
참고자료
- 법률신문 – 피압류채권에 대한 추심명령의 효력
- 국가법령정보센터 – 민사집행법 제227조
- 판결문 원문 인용 대법원 판례: 2011.2.10. 선고 2008다9952, 2013.12.26. 선고 2013다26296, 2023.3.30. 선고 2022다297335, 2012.11.15. 선고 2011다38394, 2016.11.10. 선고 2014다54366, 2008.8.21. 선고 2008다32310 (서울고등법원 2026나***** 판결 이유 부분 직접 인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