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를 빌려준 사람도 사기 이용을 예상하고 용인했다면 사기방조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사기방조,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은 각각 요건이 다릅니다. “도박사이트용인 줄 알았다”는 설명도 계좌를 넘긴 경위, 대가, 지급정지 통지와 함께 판단합니다.
통장을 넘겼을 때 문제 되는 세 가지 죄
통장을 빌려줬다는 말부터 구체적으로 풀어야 합니다. 계좌번호만 알려줬는지, OTP·인증서·비밀번호 등 거래에 필요한 접근매체까지 넘겼는지에 따라 검토할 행위가 달라집니다.
| 죄명 | 성립 여부를 가르는 기준 |
|---|---|
| 사기방조 | 다른 사람의 사기 범행을 돕는다는 인식과 실제로 범행을 쉽게 한 행위가 필요합니다. 구체적인 사기 수법을 전부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
|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 접근매체의 양도인지, 대가를 받거나 요구·약속한 대여 등인지, 범죄에 이용할 목적이나 범죄 이용을 알면서 한 대여 등인지를 구분합니다. |
|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 범죄수익의 취득·처분 사실을 꾸미거나 숨기는 행위에 관여했는지와 그 고의를 확인합니다. 계좌 명의와 자금 흐름을 함께 봅니다. |
전자금융거래법은 접근매체의 양도·양수를 제6조 제3항 제1호, 대가를 수수·요구·약속한 대여·보관·전달·유통을 제2호, 범죄 이용 목적 또는 범죄 이용을 알면서 한 대여·보관·전달·유통을 제3호로 금지합니다. 양도는 대가를 받지 않았더라도 금지 대상이며, 유상 대여는 실제 대금을 받기 전이라도 대가를 약속했다면 문제 됩니다. 범죄 이용을 알면서 한 대여 등은 대가가 없어도 제3호로 검토합니다.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2026. 10. 2. 시행)
이러한 제1~3호 위반의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징역형과 벌금형을 함께 선고할 수도 있습니다. 사기에 쓰일 줄 몰랐다는 설명만으로 대가를 약속한 접근매체 대여까지 적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전자금융거래법 제49조 제4항 제1·2호 및 제8항, 2026. 10. 2. 시행)
해남지원 판결은 왜 “도박용”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나
광주지방법원 해남지원 2024. 12. 19. 선고 2024고단271 판결은 법인 계좌의 접근매체를 대가를 약속받고 넘긴 피고인들의 사기방조를 인정했습니다. 항소심인 광주지방법원 2025노126에서 항소가 기각되어 확정됐습니다.
방조범에서 정범의 고의는 정범에 의하여 실현되는 범죄의 구체적 내용을 인식할 것을 요하는 것은 아니고 미필적 인식 또는 예견으로 족하다
쉽게 말해 피해자가 누구인지, 어떤 가짜 거래소를 쓰는지까지 알아야만 방조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기에 이용될 수 있음을 예상하면서도 이를 받아들였는지가 중요합니다. 단순히 조심하지 못했다는 과실과는 구별됩니다.
피고인들은 텔레그램에서 상대방과 연결됐지만 그 신원을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 이들은 매달 200만 원을 받는 조건으로 접근매체를 전달했습니다. 계좌에 돈이 들어오면 지급을 막고 잔액을 빼내는 이른바 ‘누르기’까지 모의했습니다. 법원은 이들이 도박 수익금만을 대상으로 삼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인들이 이 사건 각 접근매체가 범죄에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이미 예견하고, 그러한 일이 발생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감수한 것으로 보인다.
모르는 상대방에게 대가를 받고 넘긴 경위에 더해, 실제 용도를 확인하거나 사기 이용을 멈출 방법이 없었던 사정과 입금액을 빼낼 계획을 함께 본 판단입니다. “도박사이트용이라고 들었다”는 말 하나로 결론을 정한 사건이 아닙니다.
울산 판결은 반복 지급정지 뒤의 추가 제공을 봤다
울산지방법원 2024. 12. 16. 선고 2023고단5297 판결의 피고인은 여러 법인 계좌의 접근매체를 전달하고 대가를 받았습니다. 이미 다른 대포통장 양도로 조사를 받은 경험이 있었고 먼저 넘긴 통장이 자꾸 지급정지되는 상황에서도 새 접근매체를 추가로 전달했습니다.
“애들이(W 등) 보이스 피싱에 사용하는 것 같다. 도박 사이트가 아닌 것 같다. 테크(투자리딩 사기)로 입금받는 것 같다.”
법원은 피고인이 이런 의심을 하고도 상대방의 설명을 믿고 계속 제공해 사기를 실질적으로 도왔다고 판단했습니다. “보이스피싱에는 쓰면 안 된다”고 말한 사정도 다른 정황과 함께 평가해 사기방조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했습니다.
이 사건의 1심은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항소심인 울산지방법원 2024노1823에서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으로 감형됐습니다. 사기방조의 고의를 인정한 1심 판단과 항소심의 감형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수원 판결은 접근매체 전달죄가 사기에 흡수되지 않는다고 봤다
수원지방법원 2025. 3. 28. 선고 2024고단5763 판결은 대포통장 공급조직의 총책·관리책에게 사기 공동정범, 범죄수익 취득 가장,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을 인정한 사건입니다. 이 판결은 항소기각과 상고취하를 거쳐 확정됐습니다.
전자금융거래법위반(접근매체 전달)죄는 사기죄에 불가벌적으로 수반되는 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법원은 해당 피고인이 대포통장 조직원들과 공모해 범한 접근매체 전달죄가 사기죄에 흡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사기에 가담한 책임과 접근매체를 불법으로 넘긴 책임을 각각 검토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구체적인 죄수관계와 형의 계산은 실제 행위에 따라 정해집니다.
대포통장은 불법 도박 사이트 외에 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하는 조직적인 사기범죄에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은 일반인들도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점
이 문구는 총책의 범행 제안, 공범들의 질문 등 여러 사정과 함께 제시됐습니다. 대포통장이 사기에 쓰인다는 일반적 상식만으로 모든 개인 명의자의 사기 고의가 증명된다고 읽어서는 안 됩니다.
제3자 계좌로 받으면 범죄수익 취득을 가장한 것인가
범죄수익 취득을 ‘가장’한다는 것은 실제로 누가 어떤 경위로 돈을 취득했는지와 다른 외관을 만드는 것을 말합니다.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3조 제1항 제1호는 범죄수익 등의 취득 또는 처분에 관한 사실을 가장하는 행위를 처벌합니다. (2022. 1. 4. 시행)
피고인들이 피해자들로부터 자신 또는 공범들의 계좌와 전혀 무관한 제3자 명의의 계좌로 송금받는 행위는 범죄수익 취득을 가장하는 행위에 해당하고
대법원은 위 행위에 범죄수익 은닉의 고의도 있다고 본 원심을 수긍했습니다. 수원 2024고단5763 판결도 이 판단을 인용해 법인 명의 계좌를 통한 취득 가장을 인정했습니다.
대법원 2017도8600의 피고인들은 보이스피싱 범죄단체 구성원이었다는 전제가 있습니다. 돈이 들어간 계좌의 명의자에게 이 죄를 묻기 위해서는 명의자가 범죄수익 취득을 꾸미는 행위에 어떤 인식과 역할로 관여했는지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입금액의 인출·재이체나 지시 전달은 그 관여를 밝힐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개인 명의 계좌를 예치계좌로 안내했다면 무엇을 수사해야 하나
가짜 거래소 고객센터가 개인 명의 계좌 2개를 ‘거래소 예치계좌’로 안내한 경우를 보겠습니다. 그중 하나는 고객센터 화면에서 예금주를 ‘주식회사 ○○ / 공정거래 담당자 ○○○’로 표시했습니다. 피해자가 송금한 당일 해당 계좌는 은행에서 ‘신고된 계좌’로 취급되고 있었습니다.
이때 확인할 것은 고객센터가 만든 표시와 실제 예금주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명의자가 언제 범죄 이용을 알았는지입니다. 은행에서 신고된 계좌로 취급했다는 사실과 명의자가 지급정지 통지를 받고도 계속 제공했다는 사실은 서로 다릅니다. 이 사례의 명의자들이 계좌를 넘긴 경위와 대가 수수 여부는 수사로 밝혀야 합니다.
| 확인할 조건 | 수사로 확인할 내용 |
|---|---|
| 넘긴 상대방 | 지인이었는지, 신원을 모르는 텔레그램 모집자였는지, 상대방을 어떻게 확인했는지 |
| 대가 수수·약속 | 입금·현금 지급 내역, 사용료 약속, 실제 지급이 없었어도 대가를 약속한 대화가 있는지 |
| 용도 확인·통제 | 설명받은 용도와 실제 사용이 맞는지, 거래를 확인하거나 제공를 중단할 수 있었는지 |
| 범죄 이용 신호와 시점 | 지급정지·피해신고 통지를 언제 받았는지, 이를 알고도 추가 제공했는지 |
| 입금 후 행동 | 누가 인출·이체를 지시하고 실행했는지, 돈의 이동과 명의자의 인식·수익이 연결되는지 |
인출이나 이체까지 맡았다면 사기방조 외에 사기 공동정범이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다만 역할 분담과 공모, 범죄수익에 관한 인식 등 각 죄의 요건이 확인되어야 합니다. 위 다섯 조건 중 몇 개가 있다는 식으로 기계적으로 결론을 내리지는 않습니다.
명의자와 피해자가 각각 준비할 자료
계좌를 넘긴 명의자라면
계좌 제공을 부탁받은 때부터 이후의 연락까지 대화를 원본 상태로 보관하세요. 무엇을 어떤 용도로 넘겼는지, 대가를 받거나 약속했는지, 지급정지나 피해신고를 언제 알았는지 시간순으로 정리하면 됩니다. 사용료 입금 내역과 은행 통지도 함께 확인하세요.
수사기관에서 연락을 받았다면 변호사와 함께 계좌 제공 경위와 당시 알고 있던 내용을 대화·금융자료와 맞춰 검토한 뒤 조사에 대응하세요. 기억이 불분명한 부분은 추측해 채우지 말고 자신이 직접 한 행동과 상대방에게 들은 말을 구분하는 것이 좋습니다.
계좌 명의자를 고소하려는 피해자라면
이체확인증에는 송금일시·금액·수취은행·계좌·예금주가 드러나게 하고 고객센터가 계좌를 안내한 화면과 앞뒤 대화도 보관하세요. 개인 계좌를 회사나 담당자 명의처럼 표시한 화면은 실제 수취정보와 나란히 정리하세요.
고소장에는 송금 사실과 계좌 안내 경위를 적고 금융거래정보 확인을 통한 입출금 흐름, 접근매체를 넘긴 경위와 대가, 지급정지 통지 시점, 인출·재이체 주체를 수사해 달라고 구체적으로 요청할 수 있습니다. 피해자가 직접 확인할 수 없는 정보는 수사로 밝혀야 할 항목으로 구분하세요.
유죄판결과 배상명령, 민사 회복은 어떻게 연결되나
울산 2023고단5297 판결은 배상책임의 범위가 명백하지 않다는 이유로 배상명령 신청을 각하했고 수원 2024고단5763 판결도 배상명령 신청을 각하했습니다.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5조 제3항 제3호는 배상책임의 유무 또는 범위가 명백하지 않으면 배상명령을 할 수 없다고 정합니다. (2026. 6. 2. 시행)
배상명령 신청이 각하되어도 민사상 배상책임이 없다고 확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명의자의 행위와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 등을 정리해 손해배상청구를 검토하고 돈을 받은 법률상 원인과 이익의 귀속에 따라 부당이득반환청구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민법 제750조·제760조·제741조, 2026. 3. 17. 시행)
명의자 상대 손해배상에서 청구 대상과 금액을 나눈 예는 리딩방 사기 계좌명의인 손해배상 사례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 사례 역시 해당 소송의 지급판결과 실제 회수 여부를 구분해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수취인이 “다른 거래의 대금으로 받았다”고 주장한다면 그 거래의 실질과 돈을 받은 원인도 확인해야 합니다. 이처럼 편취금이 별도 채무의 변제에 쓰인 상황은 계좌명의인 상대 부당이득반환의 판단 기준에서 다룹니다. 모든 계좌 제공자에게 같은 부당이득 법리를 일괄 적용하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계좌 제공 후 수사기관의 연락을 받았다면 제공 경위와 인식 시점을, 피해자라면 계좌 안내 화면과 송금자료를 중심으로 제이씨엘파트너스에 상담을 문의해 주세요. 현재 보유한 자료로 적용 죄명, 추가 수사 요청 사항, 민사 청구 근거를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자료는 있는 것부터 준비하시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