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물 소유자 책임제한, 무과실책임도 배상 범위는 따집니다

JCL LEGAL JOURNAL
판례해설 · 소개: 이상덕 대표변호사
핵심 정리

대법원은 차량의 하자와 자동차보험 약관상 보험사고를 인정한 원심 판단을 수긍했습니다.

다만 책임을 전혀 제한하지 않은 판단은 파기했습니다. 제한 비율과 최종 배상액은 이 판결에서 정하지 않았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공작물 소유자의 무과실책임이 인정되더라도 공평한 손해 분담 원칙에 따라 배상 범위는 제한될 수 있습니다. 공작물의 소유자는 자신의 과실이 없어도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구체적인 사정을 살피지 않은 채 발생한 손해 전부를 부담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손해를 공평하게 나누어 부담한다는 원칙에 따라 소유자의 배상 범위를 제한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상덕 대표변호사가 소개하는 대법원 2026. 1. 8. 선고 2022다233713 판결은 리콜에 응하지 않은 차량에서 화재가 난 사안입니다. 무엇 때문에 책임이 인정되었고, 어떤 사정 때문에 배상 범위를 다시 살펴야 했는지 나누어 보겠습니다.

리콜 미이행 차량 화재와 원심의 판단

자동차 제조회사는 ABS 모듈 전원부에 오일이나 수분 등이 오랜 기간 미세하게 들어가 전기적 쇼트가 발생하는 제작결함을 인정하고, 2018년 1월 4일부터 리콜을 실시했습니다. 차량 소유자는 그 무렵 통지문을 받았지만 3개월이 넘도록 조치하지 않았습니다.

소유자가 2018년 4월 27일 새벽 3시경 오피스텔의 기계식 주차타워에 주차한 차량에서, 같은 날 오전 11시 9분경 불이 났습니다. 주차 후 약 8시간이 지난 때였습니다. 차량은 전소되었고 건물 등에도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소방서는 ABS 모듈이 있는 부위를 발화지점으로 추정하면서도 차량이 타버려 발화요인과 열원을 식별할 수 없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ABS 모듈 내부 전원배선에서 발화원인이 될 수 있는 단락흔을 확인하여 그 주변을 발화지점으로 한정할 수 있고, 엔진·연료·오일 공급계통의 결함에 따른 발화 가능성은 배제된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건물의 화재보험사는 수리비 등으로 합계 114,927,000원의 보험금을 지급한 뒤, 보험금을 지급한 범위에서 피보험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신 행사하는 보험자대위에 따라 차량 소유자와 자동차보험사를 상대로 구상금을 청구했습니다. 이 금액은 지급한 보험금의 합계이며, 대법원이 확정한 최종 배상액이 아닙니다.

원심인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리콜 통지 후 조치하기에 충분한 기간이 지났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사정 등을 들어 차량의 설치·보존상 하자를 인정했습니다. 또한 이 화재가 해당 자동차보험 약관의 보험사고에 해당하므로 자동차보험사도 소유자와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이 두 판단을 수긍했습니다. 문제가 된 것은 원심이 피고들의 책임을 전혀 제한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소유자 책임과 배상 범위는 나누어 봅니다

먼저 책임이 성립하는 요건이 있습니다. 민법 제758조 제1항은 공작물의 설치·보존상 하자로 타인에게 손해가 생긴 경우 점유자가 배상책임을 지고, 점유자가 손해 방지에 필요한 주의를 다했다면 소유자가 책임을 지도록 규정합니다. 소유자의 책임은 과실이 없어도 부담할 수 있는 책임입니다.

대법원은 이런 무과실책임이 기술의 발전으로 복잡해진 위험으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유자에게 예외 없이 모든 손해를 부담시키면 손해배상제도의 기본 원리인 공평한 손해 분담에 어긋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여러 기술이 집약된 물건은 소유자가 구조와 작동원리, 위험성과 예상 피해 규모를 구체적으로 알기 어렵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따라서 책임이 인정되는지와 어느 범위까지 배상하는지는 각각 살펴야 합니다. 피해자의 부주의가 손해의 발생·확대에 기여했거나 그 밖에 책임을 제한할 사유가 있다면, 배상 범위를 정할 때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피해자 측 부주의를 따지는 과실상계와 그 밖의 사정을 반영한 책임제한은 모두 손해를 공평하게 분담하려는 취지와 연결됩니다.

대법원이 책임제한에서 고려한 사정

기술 구조가 복잡하고, 주차 중 위험의 고지가 부족했습니다

ABS 모듈은 주행 중 급제동할 때 바퀴가 잠기는 것을 막는 부품입니다. 대법원은 일반적인 차량 소유자가 그 구조와 작동원리뿐 아니라, 주차한 뒤에도 결함으로 불이 날 수 있다는 점까지 쉽게 인식하기는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통지문에는 화재 발생 가능성이 적혀 있었지만 주차 상태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은 없었습니다. 대법원은 그 통지만으로 충분한 내용이 고지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제조결함이 주된 원인일 가능성을 살폈습니다

통지문에는 리콜 시작일만 있었고 종료일은 없었습니다. 대법원은 리콜 당시 적용되던 법령이 제작자의 시정조치의무와 1년 6개월 이상의 시정조치기간을 정했을 뿐, 자동차 소유자에게 리콜에 응할 의무를 부과하지 않았다는 점도 고려했습니다. 이는 판결이 살핀 당시 법령에 관한 설명입니다.

이런 사정과 통지 내용에 비추어 대법원은 화재의 주된 원인이 제조 과정에서 생긴 제작결함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았습니다. 리콜에 응하지 않아 설치·보존상 하자가 인정된다는 판단과, 손해의 원인에 제조결함이 얼마나 기여했는지에 관한 평가는 함께 이루어졌습니다. 제조결함을 유일한 확정 원인으로 단정하거나 제조사의 배상비율을 정한 것은 아닙니다.

사용·점검 상태에서 추가 위험이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차량의 누적 주행거리는 10만 km를 넘었지만, 마지막 정기 종합검사 당시 연평균 주행거리는 약 13,200km였습니다. 대법원은 비정상적으로 많이 주행한 차량이라고 보기 어렵고, 다른 리콜 대상 차량과 비교해 연식이 오래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정기 종합검사에서는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고 검사 유효기간 안에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안전기준을 위반한 구조·장치 변경이나 ABS 관련 경고등 점등 등 위험이 높아졌다고 볼 사정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고 당일 정상적인 방법으로 주차했다는 점도 고려했습니다. 이는 이 사안에서 배상 범위를 정할 때 살핀 사정들이며, 정기검사를 받았다는 이유로 책임이 없어졌다는 뜻은 아닙니다.

주차타워의 구조와 피해 확대 경위도 살폈습니다

주차타워는 차량을 엘리베이터로 입출고하고 외부에서 내부로 들어갈 수 없는 등 차량 화재 피해에 취약한 구조였습니다. 스프링클러가 분사한 물이 발화점에 닿지 못해 초기 진화에 실패하면서 손해가 확대된 것으로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주차타워를 관리하며 이익을 얻어 온 화재보험 피보험자 측에 공동생활에서 요구되는 약한 정도의 부주의가 있었고, 그것이 손해 확대에 기여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피해자 측의 과실을 확정적으로 단정한 표현과는 구별해야 합니다. 사고가 시작된 원인뿐 아니라 피해가 커진 경위도 책임 범위를 정하는 데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이 판결이 정한 것과 남겨 둔 것

대법원은 여러 사정을 고려할 때 소유자의 책임을 전혀 제한하지 않은 것은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책임제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는 이유로 원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은 책임을 어느 비율로 제한할지, 최종적으로 얼마를 배상해야 할지 정하지 않았습니다. 이 판결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결론은 책임제한 사유를 충분히 고려하여 배상 범위를 다시 심리·판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차량 화재에서 제시된 판단을 아파트 누수 등 다른 유형에 적용할 때에도 구체적인 사안을 따져야 합니다. 사고 원인, 소유자와 점유자의 관리 관계, 위험을 알 수 있었던 사정, 손해 확대에 영향을 준 경위 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판결만으로 다른 유형의 책임제한 여부나 비율이 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책임제한을 주장할 때 준비할 자료

실무에서는 책임 성립을 다투는 자료와 함께, 책임이 인정될 경우 배상 범위를 어떻게 정할지 설명하는 자료도 살펴야 합니다. 단순히 과실이 없었다고 주장하기보다 사고 원인과 위험 인식 가능성, 관리 상태, 피해 확대 경위를 구체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판결에서 검토 과제를 도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사고 원인 자료: 소방 조사자료, 감정서, 결함 조사자료 등이 있다면 발화지점과 원인에 대한 의견을 비교합니다. 원인이 확인된 범위와 가능성으로 남은 부분을 구분합니다.
  • 위험 통지 자료: 리콜 통지문, 안내문과 수령 기록을 살핍니다. 어떤 위험을 언제 알렸는지, 위험이 생기는 상황과 필요한 조치를 어느 정도 구체적으로 설명했는지 정리합니다.
  • 점검·사용 이력: 검사·정비 기록, 사용량, 고장이나 경고의 발생 내역, 구조 변경 자료 등을 살핍니다. 사고 전 어떤 상태였고 실제로 어떤 조치를 했는지 확인합니다.
  • 피해 확대 경위: 현장 사진·영상, 시설 구조 자료, 소방설비 작동 기록, 사고 대응 기록 등이 있다면 사고 발생 이후 피해가 커진 과정을 시간순으로 정리합니다.
  • 손해·보험 관련 자료: 청구서, 수리비 산출자료, 보험금 지급 내역과 보험 약관 등을 대조합니다. 청구 항목과 금액의 근거를 확인하고, 사고 및 피해 확대 경위와 연결해 검토합니다.

이는 판결을 바탕으로 정리한 일반적인 준비 안내이며, 대법원이 정한 필수 제출자료 목록은 아닙니다. 가진 자료부터 정리하고, 부족한 자료는 어떤 쟁점을 확인하는 데 필요한지 검토하면 됩니다.

함께 읽기: 누수 배상청구 대응·소송 방어, 방화 손해배상 소송 승소, 누수 보상 과다 요구 법원 기준

책임과 배상 범위를 함께 검토하려면

소유자라는 이유로 손해배상이나 보험사의 구상금 청구를 받았다면, 청구 내용과 사고 경위, 현재 가진 자료를 간단히 정리해 제이씨엘파트너스에 상담을 문의해 주세요. 책임이 성립하는 요건과 배상 범위에 영향을 주는 사정을 함께 검토합니다. 위 자료를 모두 갖추어야 문의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참고자료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