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사도 모르는 캄보디아 법 — 외국법이 준거법이면 재판은 어떻게 진행될까?

국제 소송이나 섭외적 사건에서 외국법 준거법 법원 심리 과정은 소송의 승패를 가르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입니다. 이 글에서는 사건의 준거법이 외국법으로 지정되었을 때, 국내 법원이 이를 어떻게 조사하고 증명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구체적인 절차를 알아봅니다.

안녕하세요. JCL Partners 이상덕 대표변호사입니다.

외국법이 준거법인 경우 재판 진행 방식에 관한 이미지

해외 파트너와 맺은 계약서에 “캄보디아 법에 따른다”고 적혀 있습니다. 분쟁이 생겨 한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런데 담당 판사가 캄보디아 법을 모른다면 어떻게 될까요? 당사자 중 누군가 캄보디아 법을 직접 증명해야 하는 걸까요? 아니면 판사가 “모르니까 한국 법으로 할게요”라고 할 수 있는 걸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이 2025년 대법원 판결(2025다212297)에서 명확해졌습니다.

외국법은 ‘사실’이 아니라 ‘법’이다

소송에서 사실관계(예: 계약서가 존재한다, 돈을 지급했다)는 당사자가 증거로 증명해야 합니다. 그런데 법원이 판단 기준으로 삼는 법 자체는 당사자가 증명할 사항이 아닙니다. 판사가 스스로 찾아서 적용하는 것입니다. 이를 ‘직권조사(職權調査)’라고 합니다.

외국법도 마찬가지입니다. 준거법이 캄보디아 법으로 정해진 경우, 한국 민법을 판사가 찾아 적용하듯이 캄보디아 민법도 판사가 직권으로 조사하여 적용해야 합니다. 당사자가 “캄보디아 법에는 이런 조항이 있습니다”라고 주장하지 않더라도, 판사가 먼저 나서서 조사해야 한다는 것이 한국 국제사법(제18조)의 원칙입니다.

실제 소송에서 외국법은 어떻게 조사하나

이것이 원론이라면, 실무는 훨씬 더 복잡합니다. 한국 판사가 캄보디아어를 읽고 현지 판례를 찾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래서 법원은 적극적인 ‘석명권(釋明權, 법원이 당사자에게 자료를 제출하거나 설명하도록 요청하는 권한)’ 행사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이런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법원이 양측 당사자에게 해당 외국의 법령 원문, 번역본, 주석서, 교과서 같은 문헌 자료를 제출하도록 요청합니다. 판례가 있다면 그 내용도 함께 제출합니다. 법령 내용에 대해 양측의 해석이 대립한다면, 해당 국가 출신 법률 전문가의 의견서를 제출하게 하거나 법정에서 증언을 듣는 방식도 활용됩니다. 상대방이 제출한 자료에 대해서는 반박 의견을 낼 기회를 줍니다.

국내법 외국법 증명책임에 관한 도식

2025년 대법원 판결의 핵심

대법원 2025다212297 판결에서 하급 법원(원심)은 계약서에 캄보디아 법이 준거법으로 지정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캄보디아 민법의 구체적 내용을 조사하지 않은 채 한국 민법의 동업계약 해제 법리를 그대로 적용해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대법원은 이 판단이 잘못됐다고 보았습니다. 기초사실에 캄보디아 법 조항을 일부 언급했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법원은 준거법이 외국법인 경우 당사자의 주장이 없더라도 적극적으로 석명권을 행사하여 그 외국법의 내용을 심리, 조사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절차를 생략한 원심 판결은 파기환송(취소 후 재심리 명령)됐습니다.

충분한 자료가 없으면 법원은 어떻게 하나

모든 노력을 다했음에도 적절한 외국 법령, 판례, 전문가 의견 등 충분한 자료를 얻지 못한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요? 이때 법원은 해당 외국의 법률 규정과 문헌 자료를 바탕으로 일반적인 법 해석 기준에 따라 최선을 다해 판단합니다(대법원 2005다76791 판결 참조). 준거법을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재판을 거부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소송 당사자에게 주는 실무적 의미

이 원칙은 소송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법원이 직권으로 조사한다고 해서 당사자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실질적으로는 당사자의 적극적인 협력이 소송의 방향을 결정짓습니다. 자신에게 유리한 캄보디아 법령 조문, 주석서, 판례를 먼저 제출하면 법원의 판단이 그 방향으로 기울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따라서 외국법이 준거법인 분쟁에서는, 해당 국가 법률에 정통한 전문가와 협력하여 소송 자료를 준비하는 것이 승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가 됩니다. 이에 외국법이 관련된 분쟁이 있다면 지금 바로 국제 분쟁 경험이 있는 변호사와 함께 전략을 검토해보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법원이 외국법을 직권으로 조사해야 한다면, 당사자는 아무것도 안 해도 되나요?

A. 아닙니다. 법원의 직권조사 의무는 ‘판단 기준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그러나 외국법의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당사자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자신에게 유리한 외국 법령 자료와 전문가 의견서를 먼저 제출하는 것이 소송 전략의 핵심입니다.

Q. 외국법 전문가 의견서는 어떻게 구하나요?

A. 해당 국가에서 활동하는 현지 변호사나 법학 교수에게 의뢰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국내에서는 해당 국가와의 국제 업무 경험이 있는 로펌을 통해 연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므로 소송 초기 단계에서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Q. 캄보디아 같은 개발도상국 법을 조사하는 게 얼마나 어렵나요?

A. 상당히 어렵습니다. 법령 번역본이 공식적으로 제공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관련 판례가 극히 드물며, 언어 장벽도 높습니다. 이러한 어려움 자체가 소송 기간과 비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Q. 이번 대법원 판결 이후 하급 법원의 심리 방식이 달라지나요?

A. 네, 달라져야 합니다. 외국적 요소가 있는 사건을 심리할 때 준거법을 명확히 결정하고, 외국법 내용을 적극적으로 조사하는 절차를 생략하면 대법원에서 파기될 수 있다는 점이 더욱 명확해졌습니다.

외국법이 준거법인 계약 분쟁은 일반 소송보다 훨씬 복잡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만일 이와 유사한 상황에 처하신다면 국제 분쟁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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