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명신청은 재판장에게 ‘상대방에게 설명을 요구해 달라’고 요청하는 절차입니다. 재판장이 석명권을 행사하기 전에는 상대방이 그 신청서에 답해야 할 의무가 생기지 않습니다.
상대방이 불출석하면 이미 낸 서면에 적힌 내용만 진술한 것으로 봅니다. 답하지 않은 석명 사항은 진술간주로도, 자백간주로도 채워지지 않습니다.
이때는 재판장에게 석명준비명령(민사소송법 제137조)을 요청해 기일 전에 서면 답변을 받도록 하고, 그래도 응하지 않으면 방어방법 각하·본인 출석명령·당사자신문을 검토합니다.
상대방 주장에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구석명신청을 했는데, 상대방은 답하지 않습니다. 대신 “개인 사정으로 출석이 어려우니 기존 서면을 진술한 것으로 봐 달라”는 서면만 냅니다. 이대로 기일이 열리면 상대방 주장은 변론에 그대로 올라가고, 물어본 내용은 답이 없는 채로 남습니다.
이럴 때 할 수 있는 일은 분명히 있습니다. 재판장에게 석명준비명령을 요청해 다음 기일 전까지 서면으로 답하게 하고, 상대방이 끝내 응하지 않으면 그 주장을 각하하거나 본인을 법정에 부르는 절차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 각 수단의 근거 조문과 한계, 의견서를 쓸 때 챙길 점을 차례로 설명합니다.
구석명신청, 상대방은 꼭 답해야 하나요?
민사소송법 제136조 제1항은 재판장이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해 당사자에게 사실상 또는 법률상 사항을 질문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이것이 석명권입니다. 같은 조 제3항은 당사자가 필요한 경우 재판장에게 상대방에 대하여 설명을 요구하여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민사소송법 제136조). 흔히 말하는 구석명신청이 바로 이 요청입니다.
그래서 구석명신청서는 상대방에게 직접 묻는 서면이 아니라 재판장에게 내는 요청서입니다. 신청서가 상대방에게 송달되었다고 해서 그 자체로 상대방에게 답변 의무가 생기지는 않습니다. 재판장이 요청을 받아들여 상대방에게 질문하거나 준비를 명해야 비로소 상대방은 법원의 요구에 답해야 하는 처지가 됩니다.
석명권이 무엇이든 물을 수 있는 권한은 아니라는 점도 알아 두세요. 대법원은 석명권의 내용과 한계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법원의 석명권 행사는 당사자의 주장에 모순된 점이 있거나 불완전·불명료한 점이 있을 때에 이를 지적하여 정정·보충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계쟁 사실에 대한 증거의 제출을 촉구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 당사자가 주장하지도 아니한 법률효과에 관한 요건사실이나 독립된 공격방어방법을 시사하여 그 제출을 권유함과 같은 행위를 하는 것은 변론주의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으로 석명권 행사의 한계를 일탈하는 것이다.
출처: 대법원 2001. 10. 9. 선고 2001다15576 판결 판결요지
구석명신청도 같은 틀 안에서 판단됩니다. 상대방이 이미 내세운 주장에서 모순되거나 불분명한 부분을 짚어 설명을 요구하면 재판장이 석명권을 행사할 근거가 분명해집니다. 반대로 상대방이 하지도 않은 주장을 끌어내거나 새로운 사실을 캐묻는 내용이라면 석명의 범위를 벗어난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서면 진술로 갈음하고 나오지 않으면 생기는 일
상대방이 출석하지 않을 때 함께 등장하는 개념이 진술간주와 자백간주입니다. 이름은 비슷하지만 적용 대상이 다르고, 두 제도 모두 답하지 않은 석명 사항을 채워 주지는 못합니다.
진술간주: 이미 낸 서면에 적힌 내용까지만
원고나 피고가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않으면 법원은 그 당사자가 제출한 소장·답변서, 그 밖의 준비서면에 적혀 있는 사항을 진술한 것으로 보고 출석한 상대방에게 변론을 명할 수 있습니다(민사소송법 제148조 제1항). 상대방이 “기존 서면을 진술한 것으로 봐 달라”고 하는 것은 이 조문을 염두에 둔 요청입니다.
진술한 것으로 보는 범위는 서면에 적혀 있는 사항에 한정됩니다. 구석명신청에 답하지 않았다면 그 답은 어느 서면에도 적혀 있지 않으므로 진술간주로 채워질 수 없습니다. 상대방이 법정에 나오지 않으니 재판장이 기일에 직접 물어볼 기회도 없습니다. 결국 상대방의 주장은 변론에 올라가지만, 그 주장의 전제가 되는 사실은 설명 없이 남게 됩니다.
자백간주: 상대방이 다툰 사실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당사자가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않으면 상대방이 주장하는 사실을 명백히 다투지 않은 때 자백한 것으로 본다는 규정이 준용됩니다(민사소송법 제150조 제3항, 제1항). 다만 같은 조 제1항 단서는 변론 전체의 취지로 보아 그 사실에 대하여 다툰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를 제외합니다.
상대방이 앞서 낸 답변서나 준비서면에서 이미 다툰 사실이라면, 상대방이 불출석했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대법원도 다툼 여부는 사실심 변론이 끝날 때의 상태에서 변론 전체를 보고 판단한다고 했습니다.
당사자는 변론이 종결될 때까지 어느 때라도 상대방의 주장사실을 다툼으로써 자백간주를 배제시킬 수 있고, 상대방의 주장사실을 다투었다고 인정할 것인가의 여부는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의 상태에서 변론의 전체를 살펴서 구체적으로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이 사건에서 피고는 원고가 주장한 사실을 명백히 다투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고가 같은 총회에서 이루어진 다른 결의의 무효 주장을 계속 부인했고, 준비서면에서 문제 된 조항이 적법하게 개정되었음을 전제로 한 주장을 했다는 점을 들어 그 사실을 다툰 것으로 인정했습니다. 상대방이 낸 서면 전체의 취지가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또 자백간주는 우리 쪽이 주장한 ‘사실’에 관한 제도입니다. 구석명신청에서 물은 질문, 예를 들어 “두 가지 설명 중 어느 쪽이 맞는가”는 우리가 주장한 사실이 아니므로 자백간주로 답을 얻을 수 없습니다. 상대방이 공시송달로 기일통지서를 받은 경우에는 자백간주 자체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제150조 제3항 단서)도 함께 확인하세요. 이 예외가 실제 소송에서 어떤 의미인지는 공시송달 사건에서 자백간주 없이 증거로 증명한 실거주 손해배상 사례에서 볼 수 있습니다.
| 구분 | 진술간주 | 자백간주 |
|---|---|---|
| 근거 | 민사소송법 제148조 제1항 | 민사소송법 제150조 제3항, 제1항 |
| 효과가 미치는 대상 | 불출석한 당사자가 낸 서면에 적힌 사항 | 출석한 쪽이 주장한 사실 중 명백히 다투지 않은 사실 |
| 적용되지 않는 경우 | 서면에 적혀 있지 않은 사항(답하지 않은 석명 사항 포함) | 변론 전체의 취지로 다툰 것으로 인정되는 사실, 공시송달로 통지받은 당사자의 불출석 |
석명준비명령이란: 기일 전에 준비할 사항을 법원이 지정하는 제도
재판장은 제136조의 규정에 따라 당사자에게 설명 또는 증명하거나 의견을 진술할 사항을 지적하고 변론기일 이전에 이를 준비하도록 명할 수 있다.
핵심은 ‘변론기일 이전’입니다. 상대방이 기일에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 법정에서 묻는 방식은 쓸 수 없습니다. 석명준비명령은 설명할 사항을 미리 지정하고 기일 전까지 준비하도록 명하므로, 상대방이 출석하지 않더라도 서면으로 답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 수 있습니다.
조문상 석명준비명령은 재판장이 하는 것이고 당사자의 신청권으로 규정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제136조 제3항의 요청과 같은 맥락에서, 사건진행에 관한 의견서 등으로 재판장에게 석명준비명령을 해 달라고 요청하는 형식을 취합니다. 받아들일지는 재판장이 판단합니다.
항소심에서도 같은 수단을 쓸 수 있습니다. 항소심 절차에는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제1심 소송절차 규정이 준용됩니다(민사소송법 제408조).
그래도 답하지 않으면: 방어방법 각하, 본인 출석명령, 당사자신문
석명준비명령을 받고도 상대방이 답하지 않는다면, 다음 수단은 그 불응에 법적인 결과를 연결하는 것입니다. 아래 수단은 모두 법원이 ‘할 수 있다’고 정한 재량 사항이므로, 왜 필요한지를 의견서에 구체적으로 적는 것이 중요합니다.
취지가 불분명한 방어방법의 각하
당사자가 제출한 공격 또는 방어방법의 취지가 분명하지 않은데 당사자가 필요한 설명을 하지 않거나 설명할 기일에 출석하지 않으면, 법원은 직권으로 또는 상대방의 신청에 따라 결정으로 그 공격·방어방법을 각하할 수 있습니다(민사소송법 제149조 제2항). 각하되면 그 주장은 판단의 자료로 쓰이지 않습니다.
이 조문을 쓰려면 ‘취지가 불분명하다’는 점과 ‘필요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 드러나야 합니다. 석명준비명령으로 설명할 사항과 기한이 정해져 있으면, 상대방이 무엇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는지가 기록으로 분명해집니다. 석명준비명령이 각하 신청의 바탕이 되는 이유입니다.
당사자 본인 출석명령
법원은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해 당사자 본인 또는 법정대리인에게 출석하도록 명할 수 있습니다(민사소송법 제140조 제1항 제1호). 상대방이 서면으로 답하지 않는다면 본인을 법정에 불러 석명 사항을 직접 확인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본인소송을 하고 있다면 이 요청은 곧 상대방에게 법정에 나오라는 요구가 됩니다.
당사자신문
법원은 직권으로 또는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당사자 본인을 신문할 수 있고, 이때 당사자는 선서를 해야 합니다(민사소송법 제367조). 신문받을 당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않거나 선서·진술을 거부하면, 법원은 신문사항에 관한 상대방의 주장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습니다(민사소송법 제369조). 그래서 당사자신문을 신청할 때는 신문사항을 석명 사항과 같은 수준으로 구체적으로 적어야 이 조문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변론 전체의 취지로 참작해 달라는 주장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를 참작해 사실 주장이 진실한지를 판단합니다(민사소송법 제202조). 상대방이 자기 행위에 관한 설명 요구에 끝내 응하지 않았다면, 그 사정을 상대방 주장의 신빙성을 판단할 때 고려해 달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이 참작은 법원의 판단 영역이므로, 답변 거부가 어떤 쟁점과 연결되는지를 함께 설명하세요.
의견서를 쓸 때 챙길 실무 포인트
- 석명 사항을 상대방 자신의 행위와 인식으로 좁히세요. 언제 그 사실을 알았는지, 실제로 어떤 계산을 했는지, 언제 고쳤는지처럼 상대방이 가장 잘 아는 사항이면 답변 부담이 적고, 답하지 않는 이유도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 상대방이 이미 한 주장에서 출발하세요. 어느 서면의 어느 대목에서 나온 주장인지 표시하면 석명의 근거가 분명해지고, 새로운 주장을 유도한다는 반론을 피할 수 있습니다.
- 선택지를 두어 답하기 쉽게 만드세요. 상대방이 같은 사안을 서로 다르게 설명했다면 “두 설명 중 어느 것인지”를 고르게 하는 방식이 효과적입니다. 답하기 쉬운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는 사정은 나중에 각하나 변론 전체의 취지를 주장할 때도 의미가 있습니다.
- 석명이 왜 판단에 필요한지 쟁점과 연결하세요. 고의·과실, 손해의 범위처럼 결론에 영향을 주는 쟁점과 이어지지 않으면 재판장이 석명준비명령을 할 필요를 느끼기 어렵습니다.
- 속행을 요청할지 판단하세요. 다음 기일에 변론이 종결될 수 있다면, 석명 결과를 받을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속행을 요청할지 정해야 합니다. 절차가 길어지는 부담과 석명 사항이 결론에 미치는 영향, 다른 증거로 대신 증명할 수 있는지를 비교해 결정하세요.
- 불응했을 때의 처리까지 미리 적으세요. 제149조 제2항 각하, 본인 출석명령, 당사자신문 신청 계획을 함께 밝혀 두면 재판부도 다음 단계를 예상하고 기일을 운영할 수 있습니다.
의견서는 기일 직전보다 상대방이 답변을 준비할 시간이 있도록 여유 있게 내는 것이 좋습니다. 석명준비명령은 ‘변론기일 이전’에 준비하게 하는 제도이므로, 제출이 늦으면 다음 기일 전에 명령이 나오기 어렵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구석명신청을 했는데 법원이 아무 조치도 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요?
구석명신청은 재판장의 석명권 행사를 요청하는 것이라 법원이 반드시 따로 처리해야 하는 신청은 아닙니다. 상대방이 답하지 않고 불출석까지 예고했다면, 다음 기일 전에 사건진행에 관한 의견서로 석명준비명령을 요청하고, 기일에 출석해 석명 사항이 아직 해명되지 않았다는 점을 다시 말하세요.
상대방이 재판에 안 나오면 제 주장이 모두 인정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불출석한 당사자에게도 자백간주 규정이 준용되지만, 상대방이 앞서 낸 서면에서 다툰 사실은 변론 전체의 취지로 다툰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상대방의 서면은 진술간주로 변론에 올라가므로, 우리 쪽 주장은 여전히 증거로 뒷받침해야 합니다.
석명준비명령에도 답하지 않으면 상대방이 바로 지나요?
바로 결론이 나는 것은 아닙니다. 방어방법 각하(제149조 제2항)나 당사자신문 불출석에 따른 효과(제369조)는 모두 법원이 ‘할 수 있다’고 정한 재량 사항입니다. 다만 상대방이 무엇을 설명하지 않았는지가 기록으로 분명해지므로, 각하 신청과 변론 전체의 취지 주장의 근거가 됩니다.
상대방이 가진 자료를 받아야 할 때도 구석명신청으로 하나요?
석명은 주장의 모순이나 불분명한 점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는 절차입니다. 상대방이나 금융기관이 가진 문서를 확보하려면 문서제출명령 같은 증거 절차를 따로 검토해야 합니다. 상대방이 자료 공개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문서제출명령을 어떻게 쓰는지는 통장 공개를 거부하는 동업자에 대한 단계별 대응에서 볼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구석명신청에 답하지 않은 채 불출석을 예고했다면, 상대방의 서면과 구석명신청서, 다음 기일 일정을 바탕으로 제이씨엘파트너스에 상담을 문의해 주세요. 어떤 사항을 석명준비명령으로 요청할지, 속행을 요청할지, 불응 시 어떤 절차를 이어 갈지 함께 검토합니다.
참고자료
- 민사소송법 제136조(석명권·구문권 등) — 국가법령정보센터
- 민사소송법 제137조(석명준비명령) — 국가법령정보센터
- 민사소송법 제140조(법원의 석명처분) — 국가법령정보센터
- 민사소송법 제148조(한 쪽 당사자가 출석하지 아니한 경우) — 국가법령정보센터
- 민사소송법 제149조(실기한 공격·방어방법의 각하) — 국가법령정보센터
- 민사소송법 제150조(자백간주) — 국가법령정보센터
- 민사소송법 제202조(자유심증주의) — 국가법령정보센터
- 민사소송법 제367조(당사자신문) — 국가법령정보센터
- 민사소송법 제369조(출석·선서·진술의 의무) — 국가법령정보센터
- 민사소송법 제408조(제1심 소송절차의 준용) — 국가법령정보센터
- 대법원 2001. 10. 9. 선고 2001다15576 판결 — 국가법령정보센터
- 대법원 2004. 9. 24. 선고 2004다21305 판결 — 국가법령정보센터
